에티오피아 답사기 II: 에티오피아 선교현장에 역사하신 하나님


김정기 집사(해외선교부 총무)

아프리카의 북동부에 위치해 있으며 동쪽은 지부티와 소말리아, 남쪽은 캐냐, 서쪽은 수단과 접해 있고 북동쪽은 홍해를 끼고 있는 인구 약 5,800만 명의 나라 에티오피아. 우리 12명의 선교팀은 기대와 초조감이 교차하는 긴장된 마음으로 16시간의 긴 비행시간 후에 수도 아디스 아바바 공항에 도착했다. 지난 4월 골디에 부족 선교 답사 때 당한 오토바이 사고 이후 앓은 말라리아 후유증으로 시력이 약해진 박종국 선교사님과 합류했다.

기쁜 만남의 시간도 잠시 뿐. 우리 팀은 짐을 채 풀기도 전에 점심까지 거른 채 계획한 일정에 올랐다. 일주일 동안 약 2,400㎞를 달리는 강행군이 시작되었다. 서로 표현은 안했지만 개개인이 무척이나 피곤했을 것이다. 새벽과 저녁, 임석종 목사님이 이끈 경건의 시간. 열정적이고 구체적인 빌립보서 강해는 우리를 지탱케 한 영적인 힘의 원동력이었다. 또한 피곤해 참석 못한 동료가 있어도 아랑곳 않고 그날의 사역을 정리하고 다음날의 사역을 의논하며 가진 저녁통성기도회를 인도한 위원장 유윤산 집사님의 집념은, 작년 베트남 선교지 방문 이후 이어져 오는 해외선교부의 영적 전통이 되었다.

첫날 수도 아디스 아바바를 출발하여 윌리스, 아노와 스테이션을 거쳐 저녁 늦은 시간에 짐마신학교에 도착했다. 이튿날 아침에 장은혜 선교사님께서 대선이와 지연이 두자녀를 수도 아디스 아바바 선교사 자녀 학교 기숙사에 맡기고 짐마로 돌아와 신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러 강단에 설 때마다 아이들 생각에 눈물로 강의를 하셨다는 잠마신학교의 모습을 돌아보고 박종국 선교사님께서 에티오피아에 최초로 세우신 쩨라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렸다. 약 120여명의 성도가 모여 3시간 넘게 우리와 전혀 다른 모습의 예배, 악기라고는 하나 없이 무반주에 그들만의 독특한 화음으로 부르는 찬양. 나이 많으신 장로님이 흥에 겨워 전통북을 치시며 덩실덩실 춤을 추시던 모습, 17세의 여인이 생후 2개월된 아기를 안고 주일예배에 나와 축복기도를 받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생생하다. 예배 후 의료선교부 정규호 집사와 서상희 자매는 약 100여명에게 치과진료를 하였으나 짜여진 일정 때문에 30여명을 채 치료하지 못하고 떠나온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감벨라로 가던 중 메투라는 지역의 어느 초라한 호텔에서의 둘째날 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캄캄한 밤하늘의 유난히 크고 반짝이던 수많이 별들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며 다들 소년 소녀가 되어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노래를 부르며 보낸 추억 어린 밤이었다.

셋째날 국경지역의 내전으로 에티오피아로 피난을 왔다 갈 곳이 없어 12만 명의 수단 민족들이 정착하여 살고 있는 감벨라의 우독 난민촌을 방문하였다. 에티오피아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검은 피부의 민족들, 따가운 햇볕아래 자연스럽게 옷을 벗고 다니는 모습, 천막교회에서의 예배모습. 아이들의 코와 눈 주위에 20-30마리의 파리가 앉아도 전혀 불편해 하지 않고 우리를 응시하던 모습들이 무척이나 큰 충격이었다. 또한 그들에게 임시학교 시설을 만들어 영어를 가르치고 교육하는 자원봉사자로 3년째 사역하고 있는 24세의 클레어라는 캐나다의 젊은 여대생의 모습과 미국에서 와서 성경을 가르치기 위해 수단어로 구약성경을 번역하면서 2년째 사역하고 계시는 76세의 바바라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우리 모두다 부끄러울 뿐이었다.

이후에도 감벨라의 생명의 말씀교회 전도사님의 젊은 아내와 두 아이가 말라리아로 며칠째 앓고 있는 분들을 위해 임석종 목사님의 안수기도와 우리들이 간절히 통성기도 했던 일, 아디스 아바바의 코터나 생명의말씀교회 기도실에서 귀신들린 여인을 위해 현지교회 성도들이 열정적으로 기도하던 모습들을 보는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강하게 느꼈다. 에티오피아 박종국 선교사님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를 체험케 하고 보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그 사랑의 흔적을 마음에 새겨 간직하겠다.

김정기 집사(해외선교부 총무)

들꽃장식
죽음조차 아름다운 기도
"사람들이 너희를 출회(黜會)할 뿐 아니라 때가 이르면 무릇 너희를 죽이는 자가 생각하기를 이것이 하나님을 섬기는 예라 하리라." (요한복음 16장 2절)
죽이는 자, 죽음, 순교, 선교.
아직도 네가 네 것을 버리지 못했구나. 주님 죄송합니다. 나를 죽이고 예수님을 살리고 나타내는 삶이 되게 해주시고 그런 오늘이 되게 해주세요. 섬기는 모습이 누굴 향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트로에서 5시간 떨어진 어랑이라는 곳에 분포하는 투바족.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러 떠났던 한국교회의 젊은이 두 사람이 8월 7일 순교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위 기도문은 그들 중 한 형제가 순교한 날 아침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한 뒤 쓴 글입니다. 또 다른 한 형제는 몽골에 떠나기 앞서 그가 자주 찾는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몽골에 강한 집착을 보이면서 “몽골에 나의 젊음을 묻고 싶다”는 고백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강을 하나 건너서 투바족이 사는 곳으로 들어갔다가 사역을 마치고 나오기 위해 배를 끌어 내려다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 갔고, 그런지 며칠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들의 죽음에 손가락질 할 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의 고백이 담긴 글은 결코 평범한 죽음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주님을 사랑한다는 입술의 고백을 주님은 그대로 받으신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아, 이분이 주님이심을 생각하면 나는 기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분께 내 진심을 드리고 그분의 동의를 구하고 그분의 뜻에 귀 기울임이 마땅해집니다. 그렇듯 진지하게 내 기도를 들으시는 주님이시기에 오히려 두려운 마음까지 갖습니다. 그러나 주님 뜻에 푹 젖어버린 나의 삶은 세상 사람들의 평가에 관계 없이 죽음조차 아름답습니다.